열렬히 사랑했던 두 사람이 시간의 폭력에 처참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시간은 그들 눈에 쓰인 베일을 벗겨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 거리를 보게 만들고, 그들이 함께 펼친 상상의 나래를 거실 청소기 속에 잡아 매놓았으며, 불러주던 감미로운 노래 대신 공과금을 누가 어떻게 낼 것인지 따지게 만든다. 격정에 사로잡혀 서둘러 결혼생활을 시작한 동욱과 유리.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 때 낭만의 나날만을 꿈꾸었을 뿐 생활을 꿈꾸지는 않았던 젊은 그들은, 자기들 앞에 놓인 현실에 지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로의 사랑도 지루해지기 시작하는데…. 그 즈음, 예술단에서는 춤극 ‘오르페오’를 올리기로 결정하고 둘은 각각 극 중 주인공 역할인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를 맡는다. 서로에 대한 어떤 열정도 남아 있지 않은 현실의 관계와는 다르게 극중에선 열렬히 사랑해야 하는 두 사람. 이들은 과연 춤극 <오르페오>를 무사히 올릴 수 있을 것인가?
오르페오 신화
오르페오는 에우리디케를 아내로 맞아 극진히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는 독사에게 발목을 물려 죽는다. 슬퍼하던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찾아 명계(冥界)로 내려간다. 하프 솜씨를 발휘하여 명계의 왕 하데스로부터 아내를 데리고 돌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내지만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지키지 못하고 뒤 돌아봄으로써 아내를 다시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