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인터뷰_
고미경
(수석 단원, 1987년 입단)
》》 서울예술단의 초창기부터 아주 오랜 시간 단체의 역사를 함께 해오고 계시는데,
그동안 맡았던 배역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986년 창단해서 이제 30주년을 맞이한 서울예술단과 함께, 저 역시 배우 인생 30년을
살았습니다. 예술단은 그간 우리 창작 음악극을 발표하고 전문성을 갖춘 배우들을 길러내
는 등 여러모로 한국의 공연 문화에 기여해왔죠. 앞으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저는 <바람의 나라_ 무휼>에서 연기했던 혜압을 가장 좋아해요. 무엇보다도 이 캐릭터의 마지막 대사가 제 가슴을 울리거든
요. “사람들이 정해진 길로 가네. 그래도 꾸어야 하는 꿈. 그래야, 세상이 허무하지 않지” 언제 생각해도 멋진 말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영상을 비롯한 시각적 이미지의 잔상이 오래 남는 공연인데, 개인적으로 미장센을 중요시해서 그런지 저한테는 정
말 특별한 작품이에요.
미니인터뷰_
최정수
(단원, 2002년 입단)
》》 <바람의 나라_ 무휼>은 초연 당시와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나요?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서울예술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무극의 토양을 굳건히 다진 작
품이 바로 <바람의 나라_ 무휼>이에요. 이미지를 부각시킨 드라마와 시적인 대사, 아름
다운 선율의 뮤지컬 넘버들이 인상적이었죠. 타악과 안무를 전면에 내세워 기존 뮤지컬
문법을 과감히 탈피한 실험성도 돋보였고요. 초연 당시 일각에서는 불편한 극, 불친절한
극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바람의 나라_ 무휼>만의 독특한 언어가 점차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마니아 관객들이 생겨나면서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재공연되고 있는 서울예술단의 대표 레퍼
토리가 되었죠.
특히 서울예술단의 강점인 무용을 중심에 둔 10분이 넘는 전쟁 장면은 이 공연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
억에 남는 장면은 전쟁이 끝나고 무휼과 그를 따르던 고구려군이 퇴각하는 순간이에요. “퇴로를 열어라”라는 무휼의 대사와
함께 땀범벅이 되어 쓰러져 있던 단원들이 각자 일어나 감동적인 독무와 군무를 선보이며 한 명 한 명, 무휼을 따르는 고구려군
으로 열연하거든요. 무대 안쪽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예술단 단원으로서 얼마나 가슴 벅차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가끔
전쟁 장면의 넘버가 방송 드라마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면 가슴이 뛰고 흥분될 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