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리뷰1 (조선일보, 2015년 7월 7일자)
무대 오른 웹툰, 숨 가쁘게 질주하네.
무대 위엔 윤회를 상징하는 지름 17m의 거대한 바퀴 모양 설치물이 비스듬히 놓여 있다. 바닥엔 80㎡ 크기 LED 스크린이 지옥의 풍경을 그려낸다. 박동우(무대 디자인)와 정재진(영상 디자인)이 만든 압도적인 무대 장치는 그 자체로 예술품이었다. 요란할 정도로 화려한 조명과 긴박한 음악,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숨 가쁜 장면 전환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김광보의 연출은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소재를 신선한 유머와 힘이 넘치는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저승은 철저히 이승의 복사판처럼 묘사된다. 악인이 하도 많아 지옥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것이 사회 문제가 되고, 판관의 근무 태만으로 하루 중 마지막 재판은 승소율이 98%에 이른다. 커피숍 ‘헬벅스’, 검색 사이트 ‘주글’, 분식집 ‘김밥지옥’이 등장하는 깨알 같은 재미도 있다.
작품리뷰2 (『객석』, 2015년 8월호)
원작 재연이 아닌, 성공적인 창작물의 탄생
뮤지컬 중엔 원작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소설이나 왕년의 인기 영화를 재활용하고, 오페라를 재구성하거나, 흘러간 옛 대중음악을 무대용으로 탈바꿈시킨다. <라이언 킹>이나 <미녀와 야수> 등 애니메이션이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웹툰도 좋은 재료가 된다. 얼마 전 인기를 누린 TV 드라마 「미생」도 원작은 웹툰이고, 이번에 공연된 서울예술단의 신작 뮤지컬 <신과 함께_ 저승편>도 마찬가지다.
크게 박수 받을 부분은 비주얼적 완성도와 영상을 적절히 활용한 무대 디자인이다. 웹툰에서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던 저승이란 시공간을, 윤회를 상징하는 원형의 무대 공간과 다양한 세트로 제법 그럴싸하게 그려낸다. 특히 무대 바닥까지 입체적으로 활용한 LED는 참신하고 효과적이다. 일반적인 스토리의 무대라면 다소 튀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야기의 배경이 저승이라는 상상 속 공간인 탓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게 어울렸다. 디테일을 신경쓴 흔적이 보이는 저승의 상점 간판도 풍자와 익살의 재미를 자아낸다. 마치 <프로듀서스>의 엔딩 씬에서 등장하는 패러디 뮤지컬 제목들이 객석의 웃음을 자아내는 것과 엇비슷하다. 이야기의 분위기를 살려줄 뿐 아니라, 하나하나 읽어보며 연상하고 이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