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리뷰 (문화일보, 2013년 9월 24일자)
가(歌) + 무(舞) + 극(劇), 한국적 뮤지컬의 정답 서울예술단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한국적 뮤지컬이라 할 수 있는 가무극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
린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서울예술단(예술감독 정혜진)이 그동안 끈덕지게 추구해온 가무극의 정답을 제시한 듯한
작품이었다. 서울예술단은 전통적 가무악이 살아 있는 공연을 창출하기 위해 십수 년간 여러 가지 실험을 시행해 왔다. 지난해
의 경우 근대가무극이란 기치를 내걸고 <윤동주, 달을 쏘다.>를 무대에 올렸으며, 그 이전에도 <바람의 나라> 시리즈를 통해
우리네 전통과 서양 뮤지컬의 접목을 부단히 실험해왔다. 하지만 가무극이란 장르가 정착하기엔 뭔가 미진한 감을 떨칠 수 없
었다. 여기엔 제작비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무극이란 장르를 새롭게 규정해야 하는 데 따른 어려움
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서울예술단이 새롭게 창작극으로 선보인 <잃어버린 얼굴 1895>는 그동안의 노
고가 결코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무엇보다 가(歌), 즉 노래와 무(舞), 곧 춤 그리고 극(劇)이 절묘하게 조화
된 공연이었다. 전통적인 선율이 짙게 배어 있는 음악과 한국적 춤사위가 살아 있는 안무는 분명 일반 뮤지컬과는 또 다른 장
르로서의 가무극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미니인터뷰_
한명옥
(전 무용감독, 1994년)
》》 최근 서울예술단의 작업을 지켜보시면서 함께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요즘 예술단이 다른 단체와 변별성을 두기 위해 가무악 단체로서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품
을 계속 올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중 <잃어버린 얼굴 1895> 같은 경우는 제가 본 서울예
술단 작업 중에 가장 완성도 높고 감명 깊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명성황후 역을 맡
은 배우 차지연의 카리스마, 그리고 극 전반을 끌고 가는 탄탄한 음악, 잘 짜인 대본 등 모
든 것들이 훌륭했죠. 그런데 한편 저로서는 이제 30주년을 맞은 서울예술단이 제가 활동했던 1990년대 중반 무렵처럼 무용
공연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