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리뷰1 (뉴스테이지, 2015년 9월 7일자)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2015년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985>는 최근 활발한 활동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서울예술단의 ‘정체성 찾기’ 일환이다. 근대물의 가무극을 표방하는 이번 공연은 을미사변 120주년을 맞아 비운의 황후이면서 ‘민자영’이라는 지독히 고독한 여인인 명성황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구조적으로 차별화된 텍스트의 접근과 영상을 통한 근대와 현대의 동시대성은 유니크한 컬러의 대비와 부분적으로 일체화시키는 맵핑, 불안한 정서와 시국을 드로잉하듯 가늘거나 꼬인 선을 통해 비정형으로 이미지화된다. 미디어아트를 연상시키는 삼면의 벽체와 사진 액자 프레임을 활용한 변화무쌍하고 세련된 미학적 접근, 실사의 색 바랜 사진 등은 조명과 함께 세련되고 독특한 무대 미장센을 일구어냈다.
각 파트 스태프들과 함께 근대사를 또 다른 시각으로 흥미롭게 진두지휘한 연출의 스타일리쉬함은 에너지 가득한 무대를 만들었다. 배우들의 역량 또한 작품을 안정감 있고 튼실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혼신을 다해 고군분투하며 명성황후역을 소화해 낸 차지연의 열연과 사랑스럽고 안타까운 커플인 휘 역의 정원영, 선화의 김건혜, 대원군의 중추적인 역할을 무게감 있게 소화 해 낸 금승훈, 진령군 역의 고미경과 휘 어머니 역의 정유희의 확실하고 안정적인 존재감, 고종의 박영수와 김옥균 역의 김도빈의 매력적이고 매끄러운 가창이 극 전체에 조화를 이뤘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합을 맞춰 탄탄한 앙상블의 힘을 발휘한 서울예술단 배우들의 저력이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무대였다.
작품리뷰2 (세계일보, 2015년 9월 3일자)
우리는 왜 명성황후의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나.
이 작품은 명성황후를 입체적으로 해석한다. 악녀나 영웅의 틀에 가두지 않고 그의 아픔과 고민, 욕망을 들여다본다. 대원군에게 멸시당한 며느리, 백성을 핍박하는 지배층, 격변하는 시대에 휘말린 정치인의 모습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민초의 고통을 함께 제시하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작품은 상상력을 덧대 역사 뒤집어보기를 시도한다. 마지막, 사진기 앞에 선 명성황후를 보며 ‘우리는 왜 명성황후의 얼굴을 잃어버렸나’ 되묻게 한다. 올해 공연에서는 음악을 전곡 재편곡했다. 안무 또한 강화했다. 황후 시해 등 극적인 사건마다 음악과 안무, 조명이 더해져 감정을 고조시키는 연출이 빼어나다. 명성황후의 위엄과 고뇌, 아픔을 표현한 차지연의 연기는 단연 눈에 띈다.